공동체정원의 선도모델을 소개합니다!

2021. 12. 27. 11:32🖊️기자노트


월간가드닝 22년 1월호 (vol.105)  |가든스토리 강동공동체정원

강동정원문화포럼 회원들과 이정훈 강동구청장이 함께 식물을 식재한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강동정원문화포럼

정원에 목마른 마을 주민들이 모였다. 5년 전 맨땅이던 강동구 암사동 3000평 부지는 이제 아이들이 뛰어놀고 견주와 어르신들이 산책을 즐기며 다양한 지역 행사가 열리는 공동체정원의 선도모델로 성장했다. 정원이 마을의 플랫폼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진 주민들의 노력으로 무럭무럭 성장한 이 놀라운 정원을 소개한다. 

글 주하은 기자 │ 자료제공 강동정원문화포럼


노을지는 강동공동체정원 풍경 ⓒ강동정원문화포럼

누구나 평등하게 누릴 수 있는 정원 문화를 만들어보자!

“사람은 모두 꽃과 나무, 자연을 좋아하지만, 경제적 불평등과 생활환경, 꽃과 정원에 대한 문화가 부족해 생활 속에 자리 잡지 못하고 있었죠. 정책은 확대됐지만 진짜 문화로 정착하지는 못했던 거예요.” 

김영일 강동정원문화포럼 대표를 비롯한 마을 사람들은 누구나 정원을 누릴 수 있는 문화적 환경을 만들어보겠다는 의지로 정원 조성을 시작했다. 현재 강동공동체정원이 있는 암사 1동은 2015년 도시재생사업 첫 번째 사업지역으로 3년간의 도시재생주민공모사업이 진행됐다. 하지만 주체가 되는 주민조직 과 지속가능한 방안을 찾지 못했고, 주민들도 관심이 있었으나 적극적으로 힘을 합치지는 못하는 상황이었다. 

2017년, 강동구에서 자치구 단위로는 처음으로 텃밭 정원사 교육을 진행하고 있음을 알게 된 김영일 대표는 강동구정원사교육에 교육프로그램을 구성하고 강동구 텃밭정원사 교육의 코디네이터 역할을 했다. 같은해 7월부터 다섯 차례 워크샵을 열어 주민 참여의 필요성과 정원문화의 형성, 지속가능성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며 주민과 정원사들을 조직하고, 지역사회와의 연대를 위해 강동구사 회적경제지원센터, 강동구마을지원센터 등 다양한 지역사회 단체들과 소통도 시작했다. 

2018년 8월 김영일 대표의 회사 ㈜플라워앤 가든인피플이 ‘LH소셜벤처성장지원사업’에 공모한 ‘주민참여공원(정원)조성과 사회적경제기반 일자리창출 시범사업’에 선정되면서 본격적인 토대를 갖추기 시작했다. 주민을 대상으로 4번의 사업설명회를 진행했고, 10월엔 책임감 있는 운영위원회도 꾸려졌다. 사업비로 조직과 공간의 기반을 마련하고 강동구청 푸른도시과와 시범사업을 위한 공간 협조도 시작했다. 마침 강동구는 암사역사공원 조성을 위한 부지 보상 중이었고, 2019년 3월 보상부지 중 도시농업 텃밭으로 사용하던 일부에서 사업을 시작해 2020년부터는 3000평 전체를 사용하고 있다.

김 대표는 시범사업을 공공의 목적을 띄는 사업으로 확장하기 위해 비영리성격을 띈 민간단체 설립이 필요하다 판단해 2019년 4월, 지역주민이 중심이 된 ‘강동정원문화포럼’을 조직하고 전문가간담회, 순천만국가정원탐방 등 교육 과정을 거치며 공동체정원 조성에 박차를 가했다. 그렇게 운영위원회 13명으로 시작한 강동정원문화포럼은 2021년 기준 놀이위원회 9명, 정원위원회 14명 등 회원 78명이 모였고, 관심있는 주민 150여 명이 모인 SNS 대화방이 운영되고 있다. 

강동정원문화포럼은 여러 시행착오와 안정화 과정을 거치며 2020년에는 푸른도시 서울상 민관협력분야 대상과 서울시 환경상 우수상, 강동구의장 표창을 수상하는 쾌거도 이뤘다. 강동정원문화포럼은 ‘서울시 주민녹화사업’과 ‘주민기술학교 정원사 양성 교육’, ‘강동마을정원사 양성 교육’, ‘그린트러스트 와 함께하는 공원의친구들’, ‘서울시 탄소중립시민실천사업’, ‘강동구 마을플랫폼사업’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김영일 대표는 그동안을 회상하며 “저희에게도 익숙한 텃밭이 아닌 정원으로 마을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이 가능한지 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어요”라며 “공동체가 발전하면서 필연적으로 부딪히고 우여곡절도 겪는데, 그것들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도 사실은 모두 필요한 과정이고 엄청난 성장의 기회라고 생 각해요”라고 말했다.


강동공동체정원을 조성중인 공동체
한평정원을 만드는 주민들
다양한 교육과 활동이 이루어지는 강동공동체정원
미세먼지 저감 수종을 심는 그린트러스트의 봉사 사업으로 진행된 수국 심기

 

피땀눈물 그리고 추억과 행복이 담긴 강동공동체정원을 소개합니다

강동공동체정원은 단순히 정책만으로 뚝딱 만들어진 정원이 아니다. 보통 정원조성에는 재료와 디자인, 작업 비용에 수억의 예산이 들지만 강동공동체정원은 정원을 사랑하는 이들의 재능 기부와 여러 민간의 협업과 운영위를 비롯한 마을 주민들의 꾸준한 노력으로 만들어졌다. 정원사 수업의 실습 장소로, 정원 작가들의 재능 기부로, 대학생의 논문 대상지로도 활용되는 지금의 정원 모습은 피, 땀, 눈물 그리고 소중한 추억의 결과물인 셈이다.

‘실습정원’은 강동구 마을정원사들이 정원 교육 후 배운 것을 토대로 응용하고 실습할 수 있는 경험의 장소다. 그 옆의 수국은 미세먼지 저감 수종을 심는 그린트러스트의 봉사 사업의 일환으로 아이들과 함께 심던 추억이 담겨있다. ‘한평정원’은 지역주민에게 무료로 분양해 한 평 안에 자유로이 나만의 정원을 꾸밀 수 있는 정원이다. 조미양 홍보위원장 은 한평정원을 분양하고 첫 삽을 뜨는 날 어머니, 딸, 손자녀까지 3대가 함께 왔던 가족이 떠오른다고 했다. “어머님께서 그 한 평에 채송화를 꽉 차게 심으셨어요. 그걸 보자마자 알겠더라고요. 아, 이분은 줄곧 채송화를 심고 싶으셨구나. 마음껏 꽃을 심으실 수 있 게 돼서 저희도 행복해요.”

2019년에는 서울시립대학교 조경과 학생들과 맺어진 인연으로 학생들과 주민들, 운영 위원회가 모여 워크숍을 통해 정원을 디자인하며 조성에 힘을 보탰고, 학생들은 그 사례를 토대로 논문을 냈다. 정원 디자이너들의 재능 기부도 있었다. 자원봉사로 모인 정원 디자이너들과 의기투합해 당근, 토마토, 비트 등 먹을 수 있는 식물로 꾸며진 ‘키친정원’, 허브 식물을 재배하는, 향기가 매력적인 ‘허브 정원’, 꽃그령, 바늘새풀, 솔정향풀 등을 식재 해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는 ‘자연주의 정원’이 조성됐다.

그밖에도 물을 주지 않아도 되는 토양을 조성하고 러시안 세이지, 은쑥, 할미꽃 등 건조 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식물을 심은 ‘드라이정원’, 꼬랑사초, 붓꽃 등 물속에서도 잘 자라는 식물을 위해 빗물이 모이게 만든 ‘빗물 정원’, 파니쿰, 브라치트리차새풀 등의 사초 들이 흔들리는 ‘그라스정원’, 계절마다 다르 게 조성되는 ‘시즌정원’ 등이 강동공동체정원을 풍성하게 구성하고 있다. 


다다다 모험놀이터 전경
놀이위원회는 매주 일요일 다양한 놀이활동을 진행한다
놀이위원회는 매주 일요일 다양한 놀이활동을 진행한다
지역사회에서 버려진 자재를 활용한 예술장롱
아이들이 만든 곤충호텔

자연스러운 교육이 되고, 삶이 되는 정원

교육장에서는 자체주관하는 다양한 교육과 활동이 이루어진다. 최근엔 ‘2050 탄소중립을 향한 정원문화조성 강동 100개마당’을 운영 중이다. 강동 100개마당은 강의, 토론, 교육, 체험, 공연, 전시 등 다양한 영역의 모든 활동을 할 수 있는 마당으로, 지역주민의 재능기부로 이루어진다. 지금까지 버스킹, 수제 맥주 만들기 체험, 판소리 등 14개의 마당이 열렸다. 에너지 자립 공원을 위한 대안에너지 워크샵도 열어 직접 풍력 발전기 모터를 만드는 등 자체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정원을 주민들과 단체의 활동의 장으로 활용하며 이를 통해 지역주민들에게 다양한 문화적, 교육적, 복지적인 기회를 제공하고, 더 나아가 2050 탄소중립이라는 국가적 의제에 발맞추고자 한다.

'다함께 다르게 다하는 모험을 즐기는 놀이 터’라는 뜻의 ‘다다다 모험놀이터’는 2020년 ‘서울시 시정협치사업 꿈의놀이터’에 선정되 며 정말로 아이들이 원하는 모험 놀이터를 만들어보자는 마음으로 조성하기 시작했다. 자녀를 둔 부모들로 구성된 놀이 활동가들이 아이들과 놀이터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이런저런 시도로 함께 만들어나간 공간이다. 
놀이터에 있는 텐트 모양의 아지트는 아이들 과 처음부터 끝까지 목공 작업을 함께 했고, 밧줄 놀이터와 와이어도 직접 달았다. “놀이터 하나 조성하는 데에 5-6억 정도의 예산이 드는데 저희는 3,000만 원으로 해결했어요. 그 과정에서 관계는 더 끈끈해졌죠. 시간도 경비도 절감할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놀이위원회는 매주 일요일 오후 2시 아이들과 오싹오싹놀이터, 생태학교, 정원투어 등 다양한 놀이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어요. 저희는 ‘다다다 세대를 키운다’고 하는데, 코로나와 기후위기가 너무 당연한 다음 세대에게 공교육과 사교육의 중간 지점인 준공공 영역의 교육을 꾸준히 할 수 있는 지역사회의 놀이문화를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윤자영 놀이위원장은 그런 교육을 단지 누군가에게 맡기는 게 아니라 가족들이 다 같이 공감하고, 어른들이 움직이는 걸 보고 아이들도 생각하는 자연스러운 흐름을 바랐다고 한다.

2021년 상반기에는 ‘다다다 가족 생태학교’도 진행했다. 윤자영 놀이위원장은 “아이들 과 기후변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가장 많이, 빨리 변하고 영향을 받는 게 뭘까 생각 했는데 아이들은 곤충일 것 같다고 했어요. 그러면 우리 곤충을 여기에 어떻게 초대하고 친구가 되면 좋을까? 하는 고민에서 시작해 몇 달간 매주 공부와 연극, 게임 등 여러 활동을 했어요. 그리고 그 결과물로 정원 세 군데에 곤충 호텔을 만들었죠.”

자원순환 놀이문화 ‘예술장롱’은 버려지는 자재들을 재가공하는 프로젝트로, 프랑스에서 시행 중인 ‘예술 창고’를 모델 삼아 만들었다. 인테리어업에 몸담은 회원에게 받아온 처치 곤란한 남은 페인트를 활용하는 이 놀이 역시 ‘지역사회에서 버려지는 자재들을 모아다 가 뭔가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아이들이 자원 재순환에 대해서 좀 더 와닿게 느꼈으면 좋겠다’는 부모의 마음에서 출발했다.
인터뷰 도중에도 아이들은 자유롭게 정원을 오가며 운영위원회와 인사를 하고, 삽을 가져가 신나게 땅을 파며 놀았다. 분명 서울인 데도 환경을 만끽하며 자유로이 노는 모습이 신기했다. 

“정원에서 또래뿐만 아니라 언니, 오빠, 동생, 어르신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을 만나며 자연스레 사람 대하는 법을 배우고, 어른들 도 아이들 대하는 법을 배우게 되는 것 같아요.” 아이들은 정원 안에서 분명 책만으로는 배울 수 없는 것들을 배우고 있었다. 윤 놀이위원장은 특히 아이들이 ‘지구가 이렇게 따뜻해지면 큰일이지 않냐,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하며 자연스레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고 그 들의 방향이 옳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한다. “아이들에겐 이제 이게 삶인 거죠.” 

그는 정원과 환경이 삶이 된 아이들에게 함께 고민해줄 수 있는 어른들, 생각한 것들을 구현해 낼 수 있는 장소와 문화로 아이들이 성장했을 때 올바른 가치관을 가질 수 있길 바란다고 한다. “여기는 단순히 꽃과 나무가 아름다운 정원이 아니라 그 안의 공동체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공간이잖아요. 그게 정말 진정한 공동체 정원이라고 생각해요.”

다다다 가족 생태학교 활동 단체사진

 

 


마을 플랫폼으로서 강동공동체정원 의 역할

강동공동체정원과 강동정원문화포럼은 현재 존폐의 위기 앞에서 또 한 차례의 성장기를 지나고 있다. 정원의 시범사업 부지는 강동 구청과 1년 단위의 협약으로 협의해 사용하고 있는데, 2026년 공원 조성 예정지로 공원 조성 시 반납하는 게 조건이다. 자칫하면 그동안 일궈온 추억과 노력이, 애써 만들고 가꿔온 커뮤니티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러 걸림돌에도 불구하고 강동 공동체정원은 여전히 공원의 다양한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지역단체와 연대하며 바쁘게 나아가고 있다. 강비조 홍보위원은 “이곳이 놀라운 건 관과 주민이 협의점을 찾으며 같이 발전해 나가는 국내 최초의 성공적인 민관 거버넌스형 주민공동체라는 거예요”라며 “저희는 이 모델을 성공적으로 발전시켜 다른 지역으로도 충분히 보급할 수 있다고 봐요”란 말로 그들의 비전에 확신을 드러냈다.

강동공동체정원은 현재까지의 과정에서 느낀 민관 거버넌스의 한계와 제도적 문제점을 파악해 해결방안을 찾아나가고, 주민들이 주체가 되어 이후 행정의 지원 없이도 지속적 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일자리창출 시범사업과 같은 다양한 사업을 시행하는 등 마을 플랫폼으로서 역할을 제시하고 있다. 아울러 올해 ‘주민과 함께하는 탄소중립 대응공원 조성’이라는 새로운 비전을 제안하고자 한다. 강동구 정원지원조례에 의해 4천만원의 예산이 측정됐다는 기쁜 소식도 들려온다. 강동공동체정원과 강동정원문화포럼이 앞으로도 공동체정원의 선도모델로서 더욱 성장하고, 이곳을 통해 정원문화도 함께 꽃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