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박강아름 결혼하다" 시사회 리뷰

2021. 8. 18. 21:44🔮 비밀책장/📚 food for soul


박강아름 결혼하다

개요│다큐멘터리 / 한국 / 2021.08.19 / 전체관람가
출연│박강아름, 정성만
감독│박강아름
러닝타임│86분

줄거리_

“일도 사랑도 다 가지고 싶어!” 의욕 충만 아름 
“아름이 하고 싶은 거 다 해!” 사랑 하나만 믿고 떠난 로맨티스트 성만 
오직 의욕과 사랑만 가지고 프랑스로 떠나다!
그들이 마주한 현실은 학업, 생활비, 육아, 가사 노동…
우리는 왜 결혼했을까?
결혼, 도대체 뭘까?

에펠탑 아래에서 시작된 아름♥성만의 좌충우돌 결혼살이 START!

 

 

갑자기 '결혼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근데 생각보다 괜찮은 것 같기도 해
영화가 끝나고 우리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나왔다.
사실 아직 결혼에 대해 별생각이 없어 영화를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좋았다.
다큐 영화이다 보니 결혼의 현실적인 모습들도, 잘 모르고 있던 임신과 출산의 구체적인 과정들(15kg가 빠지고 입원할 만큼 심각한 입덧, 임신 막달의 치핵 -오랑우탄이 된 것 같았다는 표현에 가슴이 아팠다-, 수유 때문에 갈라지고 상한 유두, 끝도 없는 허기와 컨디션 난조, 초보 부부의 좌충우돌과 같이 생각만 해도 무서운)도 보이고, 평범한 유학생 부부의 쪼들리는 생활도 피부로 와닿았다.
나 또한 해외에서 3번의 타지 생활을 한 일이 있기 때문에 식재료며 방세에 한없이 예민해지는 마음을 너무 잘 안다.

 

나이가 들면, 결혼을 하면 내가 나이지 않게 되는 게 아닐까,
다른  수많은 엄마들처럼 나 또한 진짜 '나 자신'을 잃어버릴까 하는 두려움을 안고 있었다.
하지만 출산 후 여전히 학교에 다니고 명랑한 모습으로 실없이 투닥거리는 아름과 성만을 보면
지금의 나에서 크게 달라질 건 없구나 하는 마음에 살짝 안도감이 들었다가,
그래도 여전히 처음인 건 항상 어렵고 뚝딱대는구나, 그리고 살면서 앞으로도 처음일 것들이 다분히 많겠구나 하는 생각에 겁도 났다.

 

아름을 위해 프랑스에 함께 간 성만
아내를 바라보고 타국에서 사는 건 어떤 걸까.
마땅한 사회 활동을 하지 못해 힘들어하는 남편의 모습은 영화의 초반부부터 나온다.
프랑스어가 가능한 아내 아름이 경제활동을 하고, 그렇지 않은 남편 성만은 둘이 먹을 저녁밥을 차린다.
집에서 소설을 쓰며 가사를 도맡은 성만은 점점 시들어간다. 아름 또한 지치고 괴롭다.
그런 남편을 보고 아내는 일주일에 한 팀을 받는 공유 주방 아이디어를 내어 "외길 식당"을 오픈한다.
그리고 가난한 유학생 커플, 희망적인 느낌과 자유로운 파트너십 제도인 팍스를 따라온 동성 커플,
함께 있을 수 있는 방법이 결혼뿐이었던 국제 커플 등 다양한 가족들을 만나며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외길 식당에 방문한 손님 중 '니콜라'라는 손님이 성만에게 한 질문에 
사실 본인은 프랑스에 대해 별로 특별함을 느끼지 못한다고 대답했을 때는 퍽 놀랍고 짠했다.
아내는 프랑스를 사랑하고 꿈을 이루기 위해 유학을 왔지만, 남편은 사실 이 나라가 이탈리아든 프랑스든 스페인이든 상관이 없었다.
그 또한 감내하기로 한 일일 테지만 끊임없이 현실의 벽에 부딪혔을 텐데, 대단하다.
전에 다른 영화감독님을 보면서도 느꼈지만, 역시 한 사람의 좋은 작품이 탄생하려면 가족들의 희생이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것 같다.

 

지극히 잘 아는, 모두의 이야기
부부가 투닥거리거나 임신 · 육아에 관한 현실적인 내용이 나올 때는 그 어떤 장면보다 확실한 관객들의 공감과 리액션을 볼 수 있었다. 여기저기서 킥킥 웃거나 탄식하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아, 강아지 슈슈와 귀여운 보리가 등장하는 장면을 제외하면 말이다.
아마 공감이 가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현실적인 모습들을 적당히 귀엽지만 너무 아름답지만은 않게 적당히 그려낸 점이 좋았다.
또, 이렇게 지극히 개인적인 일상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아 다큐 영화로 풀어내고 이런저런 영향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신선하고 놀랍다. 앞으로 또 이런 독립 영화를 봤으면.

 

누가 주도권을 쥐면 어때, 그럼에도 그들은 함께 걷는다. 
부부는 덩케르크로 여행을 떠난다. 
출발할 때의 한껏 들뜬 모습과 달리 비 오는 덩케르트에 도착한 그들은 또 투닥거리기 시작한다.
덩케르크에 바다를 찍으러 왔다며 우산도 없이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으며 꼭 가까이에서 바다를 봐야겠다는 아름, 
몸이 좋지 않은데 자신에겐 별 신경도 쓰지 않고 고집을 부리는 아름에게 짜증을 내는 성만.
그리고 그 둘이 툴툴거리면서도 결국 함께 유모차를 들고 모래사장으로 들어가는 모습.

 

상영시간 내내 함께한 이 부부의 수많은 모습들 중,
나는 어쩐지 마지막 이 장면에서 약간 사랑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