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아는 개구리를 좋아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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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s Playlist 🐸
[1], [2] RANDOM PLAY ↓

[ 1 ]

[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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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에 대한 고찰과 단편적 기억들의 흐름
-인데 프랑스 영화식 구성이라고 우겨보는 일기.)

 

 

 

#1. >> 개구리 <<
머구리, 개구락지라고도 불리는 초록빛의 멋진 생명체다.

이 세상에는 많은 개구리가 있다.

이런 개구리도,

저런 머구리도,

"Why the long face?"

요런 개구락지도 있다.

그리고 개구리는 짱 멋지다.

개구리를 좋아하게 된 것은 아마 커밋을 알게 된 이후였을까.
우연히 본 화질구지 밈 안에 웬 팔다리가 긴 개구리가 하찮은 얼굴을 하고 앉아 있었다.

나는 당시에 "Why the long face?"라는 말을 한창 쓰고 다녔는데,
사진을 보자마자 그 말에 딱 맞는 표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묘하게 맘에 들었다.

 

 

 

#2. 초록빛 생명체

Haesue's room_green theme_2020 ver.

나는 개구리가 초록색이라서 좋아하는 걸까?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나는 풀과 나무와 정원의 푸르름을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초록빛의 개구리도 좋았던 거다.
... 하지만 왜 카멜레온이나 초록뱀은 그다지 끌리지 않는 거지?

나는 내가 대체 왜 개구리를 좋아하게 된 건지 그 이유를 떠올리려 애쓰고 있었다.

이 세상의 많은 일들은 이렇게 알 수 없는 사이에 다가와 놀라게 하고, 
나는 받아들이지 못하다가, 
그 이유를 찾아 나서고, 🐸
끝내는 인정하고,
한 발자국 더 나아가는 과정의 연속인 것 같다.

 

 

 

 

#3. 참새와 마녀 개구리의 상관관계
우리 도장 사람들은 언젠가부터 나를 참새라고 부르는데,
후에 별명 창시자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니
처음은 내가 참새 캐릭터를 닮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 닮았다던 참새 캐릭터는 다름 아닌 마조리카였다.
개구리를 참새로 착각한 것이었다.

                                                      ...  ┐(´～｀)┌  ?   

마조리카는 꼬마 마법사 레미에 나오는 마녀 개구리다.
나는 앞머리만 길렀다 하면 그 마녀 개구리를 닮는다. 
그래서 마조리카와 나는 약간의 애증 관계에 놓여 있다.
그래서 나는, 누군가가 마녀 개구리를 참새로 착각해서
 별명이 참새가 된 거라는 사실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기로 마음먹는다.

 

영어 강사 시절엔 앞머리를 잘 길러서 자주 '마선생' 이라고 불리곤 했다. 
살다가 그렇게 불리기 시작하면 나는 곧 앞머리를 자르며
마선생의 굴레에서 탈출해버리곤 했다.

그러고 보면 마선생 시절엔 별일이 다 있었다.
아직은 정체성을 확립하고 조금 더 방황할 것들이 남았던 시기였나.
첫 입사 후 거의 6kg가 빠지고 4달 반 동안 생리가 끊겼던 건 확실히 기억이 난다.
스트레스의 신체화 때문이랬나.
욕심을 부리느라 이것도 저것도 놓치고 싶지 않았던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쥐고 있으려고 해서 그랬던 것 같다.
체감상 그렇게 힘들진 않았고 즐거운 기억이 더 많은데
 결국은 성장하고 얻어간 것들이 훨씬 더 많았는데
야속하게 내 몸은 왜 그랬나 몰라.

아무튼 사진 속의 마선생은 여전히 환하게 웃고 있다. 
그 시절 마선생이 나쁘지 않아 지금도 가끔씩 들여다보곤 한다.

 

 

 

 

#4. 생각지도 못했던 존재의 귀여움이란 얼마나 치명적인지
당신은 개구리의 고막이 얼마나 귀엽게 생겼는지 아는가?

나는 원래 관심 가는 것이 생기면 곧바로 책부터 사는데, 이번엔 지식 백과를 대강 읽어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그러다 개구리의 툭 튀어나온 눈 옆에 있는 볼따구같이 생긴 기관이 고막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알고 나니 반갑고 신기하다. 가끔 개구리 캐릭터에 볼 같은 게 같이 그려져 있던 이유가 이거였나?
별것도 아닌데 개구리를 조금 더 알고 나니 2% 정도 더 좋아졌다.
온갖 시답지 않은 이유를 갖다 붙여 의미를 부여하는 게, 짝사랑과 닮았다.

 

문득 누군가 나에게 죽어서 천국에 갔을 때 날 반기고 있을 동물을 선택하라면
고양이보단 개구리를 선택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DNA에 새겨진 양서류에 대한 본능적인 거부가 100% 사라진 건 아니지만, 
하찮은 초록색 덩어리는 그렇게 내 마음속에 자리를 잡아버렸다.

 

 

 

 

#5. 유유자적 개(蛙)선생
작년에 친구와 놀러 간 식물원 정원에서 멋진 개구리를 보았다.

졸졸졸 흐르는 개울을 배경 삼아 햇빛을 쬐며 유유자적하는 개구리가 마음에 쏙 들어 
주변을 서성거리다 그 옆에 비집고 앉아 사진을 찍었다. 
( 사실 그리고 이내 웬 곱등이가 튀어 올라서 기절할 뻔했다. ◞‸◟ ）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그 자리를 지키는 개구리는
자신의 운명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것처럼 여유롭게 앉아 연못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나는 그런 개구리에게 '개선생'이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6. 영화 보기 전에 있었던 일
영화가 시작하기 전 남는 시간에 우리는 온갖 캐릭터 상품을 구경했다.
까만 고양이, 얼기설기 그려진 호랑이, 귀가 축 처진 댕댕이, 그리고 초록빛 개구리.

"나는 개구리가 좋아!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게 하는 것 중 하나야.
뭔가 고양이를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처럼, 사실은 그보다 더!"

"역시 특이해~!" 라는 대답이 돌아왔지만, 그건 그가 아직 개구리의 매력을 모르기 때문이다.
많은 인류의 스트레스 특효약인 '털이 보송보송한 생명체'는 만지면 기분이 좋아지긴 하지만 
멋진 초록색에 물 안과 밖을 넘나드는 멋짐은 없지 않은가.
양서류의 몸보다 뜨거운 내 손의 온도 때문에 
함부로 만지지 못하고 조심스레 지켜보기만 하는 애틋함은 필요 없지 않은가.
우연히 마주치면 퍼뜩 놀라 피해버리지만 
한여름, 밤이 되면 온 힘을 다해 개굴개굴 울어대는 목청은 가지지 못하지 않았는가.

한번 개구리가 좋아진 후엔, 개구리가 양서류이고 
끈적끈적한 점액질로 뒤덮인 존재라는 사실이 더 이상 중요치 않았다.

 

 

 

 

#7. 나는 앞으로도 개구리를 좋아할까?
나는 지금 개구리가 참 좋다.
사실 꽤 오래전부터 개구리를 좋아했다.
나는 앞으로도 개구리를 좋아할까?
... 글쎄, 그건 잘 모르겠다.

나는 가끔 이렇게, "해수는 개구리를 좋아한다." 처럼 한 문장으로 정의되는 순간이 두렵다.
그래서 삶의 많은 순간에서 그런 것을 어디에도 말하지 않곤 했다.
무엇이 두려운지는 나도 정확히 모르겠다.
누군가가 "너는 왜 개구리 같은 걸 좋아하니?" 라고 말할까 봐 두려운 걸까?
아니면 '내가 변하면 어떡하지..?' 라고 생각하는걸까?

그렇다면 나는 개구리를 좋아한다는 사람이라는 걸 비밀로 한들 뭐가 달라질까?

그래서 그냥, 생각이 난 김에 이 순간을 기록으로 남겨 보았다.
후에 멀리서 보면 내가 개구리를 좋아했다는 사실을 자연스레 알 수 있도록.

그렇게 내가 선택하고 결정한 것들에 대해 후회하지 않기로 했다.
결국 그 모든 순간들이 오늘의 나를 이루고 있을 테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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