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칭 인터뷰] 제가 우리 할아버지보다 오래 살 수 있을까요?

2021. 6. 19. 13:20📸 기자 교육/Interview

 

제가 우리 할아버지보다 오래 살 수 있을까요?

안녕, 나는 제주도에 사는 바다거북이예요.
잘 모를 것 같아 말해두자면 전 세계 바다에 사는 바다거북 형제들은 모두 7종류예요.
그리고 7종 모두 세계 자연보전 연맹(IUCN)이 지정한 '멸종위기종'으로 등록돼 있대요.
'멸종위기종'은 우리가 곧 이 지구에서 사라질 수도 있다는 뜻이라고 할아버지가 알려주셨어요.
여기 한국에는 우리 일족인 붉은 바다거북, 갑옷을 입은 것처럼 생긴 장수거북, 등딱지 속이 푸른색인 푸른 바다거북, 위턱 앞 끝이 부리처럼 뾰족한 매부리 바다거북이 살아요.
우리는 주로 해조류, 조개, 해파리를 먹고, 인간들은 우리를 여름철 남해안과 제주에서 자주 볼 수 있어요.



저는 바다거북이로 태어나서 행복했어요.
많은 사람이 제가 사는 제주로 와요. 그들은 참 행복해 보여요. 바다가 아름답대요.
바다와 우리에 대해서 할 이야기가 참 많지만, 오늘은 인간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인간들은 물고기를 너무 많이 잡아요. 그들이 먹을 수 있는 것보다 많이 잡고, 아직 어린 아기 물고기나 새끼를 밴 엄마 물고기들까지 싹 다 잡아가요. 그리고 우리가 소화시킬 수 없는 것들을 너무 많이 버려요.
먹고 먹히는 것이 자연의 이치라고 했지만, 해도 해도 너무해요. 나도 해파리를 먹지만, 내가 먹을 수 있는 만큼만 먹는다고요.
인간은 고래보다 몸이 훨씬 작은데, 왜 이렇게 많이 먹고 왜 이렇게 많이 버리는 걸까요?

 

바닷속에는 해류 때문에 폐어구들이 서로 모여 뒤얽힌 곳이 많아요. 온갖 낚시도구, 플라스틱 쓰레기, 밧줄 그리고 통발이 정말 많죠. 그곳에서 버려진 폐통발에 지나가던 많은 친구들이 사로잡혀 죽었어요.

생각해 보세요. 내 보금자리 앞에 자칫하면 걸리는 덫이 있다고요.

그물이 왜이렇게 많은가 했더니 고기잡이에 사용한 그물의 85%가 바다에 버려진대요. 그렇게 버려지는 그물이 자그마치 연간 4만 4,000t에 달해요.
그리고 인간들은 바다에 버린 쓰레기를 도로 가져가는데 돈이라는 걸 쓴대요. 그걸 '해양 정화 예산'이라고 하는데, 그중 절반인 1000억 원 이상을 수거에 써도 반도 도로 가져가지 못한대요.
얼마 전에도 꽤 친하게 지내던 참돌고래 친구가 그물에 걸려 탈출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야 했어요. 그리고 우리는 인간들이 그 친구를 데려가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었어요.
제 사촌도 몇 년 전 하늘하늘한 밥을 먹고 장이 꼬여 점차 먹은 것을 소화시키지 못했고... 그리고.... 결국 먼저 떠났어요.
같이 오래오래 살기로 했는데... 그날 사촌이 먹은 게 비닐이었대요.

아직 태어난 지 오래 안 되어 저도 먼바다 이야기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먼바다에 사는 다른 친구들 상황도 마찬가지라고 지나가던 고래 형님이 알려주셨어요.

 

3년 전 이곳 제주 중문해수욕장에서 ‘바다거북 살리기’ 행사가 있었어요. 우리 바다거북이들의 수가 얼마 안 남은 것 같았는지 육지에서 인간들에게 길러지던 3살 된 붉은 바다거북 친구들을 열셋이나 바다에 풀어줬어요. 하지만 이 거북이 친구들은 바다로 첫 헤엄을 친지 단 11일 만에 싸늘한 주검이 되어 돌아왔죠.
이에 놀란 인간들이 그들의 몸을 열어 확인해봤더니 몸속에서 225개의 쓰레기가 나왔대요. 전부 비닐·스티로폼 같은 폐플라스틱이었죠.
바다에서 나고 자란 우리 거북이들도 진짜 먹이와 쓰레기를 구분하기 힘들어 쉽게 죽어가는데, 수족관에서 주는 밥을 먹고 자란 형제들은 오죽했을까요.

잠시 묵념의 시간을 가져야겠어요. RIP

 

그래도 얼마 전엔 어떤 사람들이 와서 바다 밑바닥의 쓰레기들을 여럿 가져갔어요. '시셰퍼드'라고 하던가? 
이렇게 바다를 보호하기 위해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단체와 국제옵저버들이 있어요. 국제 옵저버는 이곳 한국에 현재 54명이 있대요.
같은 인간인데 어떤 인간은 쓰레기를 버리고, 어떤 인간은 와서 힘들게 다시 거둬간다니 이상한 일이에요.
아무튼 우리 바다생물들은 참 고마웠어요. 그들 덕분에 더 사라졌을지도 모르는 친구들이 조금 더 오래 살게 되었죠.

 

이렇게 함께 쓰는 바다를 위해 우리를 도와주는 인간들이 더 있어요.

'해양관리협의회(MSC)'에서는 ‘MSC 에코 라벨’이라는 인증 제도를 만들었대요. 
인간들이 원하지 않은 물고기가 잡히는 혼획이나 아주 어린 물고기가 잡히는 것을 예방하도록 그물코가 넓은 그물을 쓰는 등, 고기를 잡는 기준을 만들어 이 기준을 충족한 수산물에 ‘MSC 에코 라벨’을 발급한대요.
MSC 이외에도 ‘ASC 인증 라벨’, ‘돌고래 안전 라벨’ 등 여러 라벨이 있대요.
거북이로서 물고기 형제를 잡아먹는 건 슬프지만, 우리가 공존하려면 이렇게 최소한의 규칙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MSC 에코 라벨이 붙어 있는 참치 제품

'해양동물자원관'이라는 곳에선 아직 걸음마 단계이지만 우리에 대해 연구도 해요.

또, 친구들에게 듣자 하니 '반려 해변'이라는 걸 지정한대요. 해녀들한테 들었다나 뭐라나.
반려 해변은 특정 해변을 기업이나 민간단체 등이 자신의 반려동물처럼 아끼고 돌본다는 의미예요.
텍서수? 텍서스? 뭐시기 라고 하는 곳에서 쓰기 시작한 방법을 우리 바다에 맞게 적용했대요.
반려라는 말은 "짝이 되는 동무"라는 뜻이라고 들었어요. 정말 그렇게 바다를 아껴주었으면 좋겠어요.

 

우리 할아버지는 오래 살면 점점 많은 것을 깨닫게 되고 지혜로워진다고 했어요. 
할아버지 덕분에 우리 거북이들이 인간들이 부러워하는 '장수의 상징'이라는 것도 알게 됐어요.
... 하지만, 여전히 우리가 장수의 상징일까요?

우리 바다거북이들은 이 지구에서 1억 5000만 년 동안 살아왔다고 해요. 
그리고 인간들의 '산업혁명'으로 가질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이 만들고 더 많이 쓰게 된 (대량 생산과 소비가 시작된) 때로부터는 불과 260년밖에 되지 않았대요.
이것들은 다 우리 할아버지가 알려준 거예요. 오래 사셔서 아는 게 엄청 많던 우리 할아버지도 폐통발 때문에 돌아가셨어요.
그야말로 장수하던 우리 일족이, 우리 바다 형제들이 260년 만에 죽음의 상징이 되어가고 있어요.

이제 인간의 후손들은, 우리를 떠올리면 장수의 상징이 아닌 코에 빨대가 박혀 죽어가는 거북이를 먼저 떠올리게 될지 몰라요.

 

바다는, 바다예요. 쓰레기장이 아니에요. 물 밑 그 아래 우리 모두가 살고 있어요.
쓰레기가 물속으로 퐁당 사라져 눈앞에 잠시 안 보인다고 사라지는 게 아니에요.
어떻게 잠깐 마음 편하자고 우리를 다 죽일 수 있어요? 우리가 사라지면 다음은 너희 인간들 차례일지 몰라요.

거북이로 태어나서 행복했어요. 하지만 매일 사라져 가는 친구들을 보는 게 편치 않네요.
다음은 내가 아닐까 무서워하고 싶지 않아요. 우리 할아버지보다 오래 살고 싶어요. 🐢


210618(금) | (이필재 선생님_실습7) 1인칭 인터뷰 기사 작성
<한국잡지교육원_취재기자20기_주하은>

TAG

1 2 3 4 5 6 7 8 ···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