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평범한 26살 하은(해수)의 솔직한 삶의 이야기

2021. 6. 2. 16:36📸 기자 교육/Interview

-

 

【 평범한 26살 하은(해수)의 솔직한 삶의 이야기 】

어쩌면 우리는 살면서 말하지 않아도 누군가가 '진짜 나'를 알아주길 바랄 것이다.
그러나 독특한 이력이나 어떠한 성취가 아닌 진짜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은 흔하지 않다.

여기 평범하디 평범한 26살의 여성이 있다. 아침마다 큰 가방을 메고 어딘가로 바쁘게 걸어간다.
저 사람은 어디에 가서 무엇을 할까? 문득 궁금해졌다면, 잘 왔다.
이것은 인생에서 가장 솔직하면서도 간단한, 주하은이라는 사람의 회고록이다.
소소하고 깊은 이야기를 들려줄 준비가 되어 있다.

 


 

 

별명이 있나요?
"참새, 초지, 도비." 제 오래된 별명들이에요.
"참새"는 어느 순간부터 불리기 시작해서, 이제는 대부분의 도장 사람들이 참새라고 불러요. 흑
생김새가 닮은 걸까요?

참새는 생각보다 근엄하게 생겼다.


저는 겁이 많은 편인데, 호기심도 못지않게 많아요. 그래서 뭔가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을 무서워하면서도 꼭 직접 해보려고 해요. 혹시 그래서일까요? 아니면 말이 많아 친한 사람들에게 종알종알 수다 떠는 모습을 보고 그런 것일까요?
왜냐고 이유를 물어봐도 "그냥 너는 참새야." 라는 말이 돌아올 뿐이었어요 하하.

"초지"는 식성 때문에 생긴 별명이에요.
초지는 "초록 돼지"의 줄임말인데, 저는 소위 말하는 "풀떼기"를 정말 좋아해요.
가장 많이 먹는 음식은 구황작물이고, 샐러드 전문점의 배달 주문으로 배민 VIP를 찍었죠.
한창때에는 좋아하는 쑥갓과 참나물 등 좋아하는 야채를 매일 한 단씩 먹어치워 누군가의 "저게 초록 돼지가 아니면 뭐냐"라는 한 발언에서부터 시작되어 별명으로 자리 잡았어요.
고등학생 때는 꽤 통통한 편이었는데, "이렇게 건강한 음식을 많이 먹는데 왜...?"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어요. 그럴 때마다 저는 속으로 '안 건강한 것도 많이 먹으니까요^-^!' 하고 생각했죠. 아무튼 이런 두 가지의 중의적 의미가 있었어요.

마지막으로 "도비"는, 학창 시절의 저는 친구들에게 까불고 열 받아하는 친구들의 모습을 즐기곤 했는데, 자주 스스로 '주요정'이라고 말하고 다녔어요. 당연하게도 친구들은 아무도 받아들이지 않았죠. 정 요정을 하고 싶으면 (해리포터에 나오는) 집요정 도비나 하라고 해서 도비가 되었습니다. (머쓱)
또, 양말을 되게 좋아하는데, 집에 좋아하는 양말만 따로 모아놓은 곳이 있을 정도로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래서 생일마다 양말 선물을 무지하게 많이 받아요. 네... 요정 요정 거리다가 정말로 도비가 되어 버린 거죠..

양말을 왜... 그렇게 좋아하나요...?
옷 입을 때 양말은 가장 작은 부분인 것 같지만 의외로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해요.
"잘 신은 양말 하나가 그날의 포인트를 완성한다."는 저만의 확고한 신념이 있어요.
그리고 발이 자주 시려서 여름 빼고 거의 항상 양말을 신어요.
또 하나 양말의 좋은 점은, 양말은 많이 사도 돈이 크게 들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스트레스 받을 때 하는 양말 쇼핑은 소액으로도 급격하게 행복과 짜릿함을 줘요.
그런데 사실 저는 그냥 이세상의 하찮고 귀여운 것들을 다 좋아하는 것 같아요. 양말도 그중의 하나일 뿐이고요.

 

그럼 이번엔 남이 붙여준 별명이 아닌, 스스로가 생각하는 나는 어떤 사람인가요?
자소서를 쓰다 보면, 나를 한 가지 단어로 표현해보라는 문항이 자주 있잖아요.
그럴 때마다 떠오른, 자소서에는 쓰지 않는 제가 생각하는 진짜 제 모습을 형상화해보자면, 어린 시절 구슬치기를 할 때 가지고 놀던 투명하고 작은 구슬이 떠올라요.
저는 스스로를 단단하고 투명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투명하다는 것은, 딱히 편견이 없고 사람이든 경험이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때문이에요.
성격도 앞뒤가 별반 다르지 않고, 어느 정도 친해져 제 바운더리 안에 들어오면 많이 솔직한 모습을 볼 수 있어요.
또, 구슬은 보기보다 단단해요. 저 어릴 때 구슬 깔고 앉았다가 정강이 나가는 줄 알았거든요.
겉으로 보이는 헐렁하고 잘 웃는 모습에 비해 단단한 내면을 가졌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단단해도 안 깨지는 건 아니잖아요. 예전에는 세상이 나를 아이들이 구슬 장난감을 대하듯 막 다루는 것 같단 생각도 했어요.
구슬을 막 가지고 놀다 보면, 겉이 깨지기보단 안쪽에 금이 가는 경우가 많은데, 저 또한 겉은 멀쩡해 보였지만 내면적으로 많이 힘들던 시기가 있었기에 더욱 저와 비슷하다고 느낀 것 같아요.

들어보니 뭔가 성장통이 있었던 것 같군요. 그것에 대해 더 이야기해줄 수 있나요?
26년의 길지 않은 삶에 생각보다 많은 일들이 있었어요.
반짝 눈에 띄는 성취는 딱히 없지만 제 앞에 놓인 길에서 나름대로 치열하게 살았다고 생각해요.
있었던 일들을 다 말할 순 없지만, 그중에서 특히 저는 "감정"이라는 놈을 컨트롤하기가 참 어려웠어요.
뭐랄까, 남들이 느끼는 감정의 스펙트럼이 1부터 10이라면, 저는 모든 희로애락을 -50부터 50까지 감지할 수 있는 것만 같았달까요?
그만큼 모든 감정을 선명하고 강렬하게 느끼는 편이에요. 그렇기에 글도 쓰고 춤도 추고 할 수 있는 원동력도 되는 거겠지만요. 아무튼 감정을 예민하게 느낀다는 건 정말 피곤한 일이에요. 그래서 돌아보면, 너무 들뜨거나 다운되지 않는 중간의 상태에 머무르려고 노력하고, 항상 무덤덤한, 돌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며 살았던 것 같아요.
또, 실제로 사회생활을 할 때 그렇게 보이려고 많이 애쓰는 편이에요. 얼마 전에도 같이 일하던 오빠에게 '차분하고 덤덤한 성격인 것 같다'는 말을 들었는데, '성공이야!' 라고 생각했어요. 뭔가 저의 진짜 성격을 들키고 싶지 않달까요.

힘들었겠는데요,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그런 제가 감정을 컨트롤하기 위해 찾아낸 해결책은 바로 운동이에요. 저는 어릴 때부터 자주 '터져버릴 것 같은 감정'에 휩싸이곤 했어요.
이유도 원인도 모른 채로 갑작스럽게 그런 감정과 마주할 때면, 너무나 혼란스럽곤 했어요. 너무 생각이 많은 성격도 한몫했을 거예요.
그러던 제가 몇 년 전 주짓수라는 운동을 시작하고부터 점차 안정되기 시작했어요. 그런 혼란스러운 감정의 파도가 몰아치려고 할 때면 무작정 도복을 싸 들고 도장으로 가버리는 거죠. 그렇게 도장에 가서 운동을 하고 오면 어느새 복잡한 생각은 정리되고, 호르몬의 효과 덕인 건지 기분도 좋아졌어요. 드디어 스스로 방법을 찾아낸 거죠! 제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혹시 도장에 못 갈 때 그런 감정이 몰려오면 어떻게 하나요?
새벽이나 주말같이 도장에 갈 수 없을 때에는 춤을 추곤 해요.
유튜브를 보다가 춰보고 싶은 안무가 있으면 직접 안무를 따기도 하고, 안무가 어려우면 원데이 클래스에서 배워오기도 해요.
역시 너무 재미있고 또 좋은 감정의 방지턱이 돼 주어, 묵은 감정들이 건강하게 해소돼요.
저같이 생각이 너무 많고 감정 컨트롤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꾸준히 잘 맞는 운동을 해볼 것을 강력히 추천해요!

주짓떼라의 삶에 대해 더 말해주세요.
저는 어릴 때부터 무도와 무용을 하나씩 배워보는 것이 평생의 소원이었어요.
주짓수를 시작한 것은 2018년인데, 처음 매트를 밟은 날이 아직도 눈에 선해요.
그때가 한창 '꾸밈 노동은 왜 해야 하는가?', '진정한 나다움은 무엇인가?' 등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때였는데, 도장에 와서 화장을 싹 지우고, 머리도 하나로 꽉 올려 묶고, 하아얀 도복을 입고 맨발로 매트에 서 있는 나 자신이 너무 내가 찾던 '진짜 나'라고 느껴졌어요. 너무 자유로웠어요.
그리고 본능적이에요. 매트 위에서 모든 사람들은 나이와 직업 따위에 상관없이 평등하고, 본능에 따라 움직이거든요.
스파링을 하다 보면, 무슨 '척'을 하려고 해도 당황스러운 포지션에 처하게 될 때 자기도 모르게 본능적인 행동이 나오기 마련이에요. 그렇게 평상시에는 알 수 없던 모습들을 볼 수 있죠. 저 역시도 저의 본능적인 모습과 마주했어요. 그런 점이 너무나 매력적이죠. 그렇게 시작한 주짓수에 2년 반째 매료되어 있어요. 원래 활동적인 성격이기도 하고, 역동적인 움직임을 좋아해서 재미있게 하고 있어요.
또, 어릴 때부터 항상 내 몸은 내가 지킬 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매우 강했는데, 이런 저에게 정말 딱 맞는 운동이라고 생각해요.저는 우리 도장의 최약체이지만, "오래오래 재미있게 즐기자!"라는 마음으로 오늘도 도장에 가요.

흰띠 시절 헤너 그레이시와 함께

 

어릴때부터 내 몸은 내가 지킬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 이유는 뭔가요?
왜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지만, 어릴 때부터 유독 '본능'과 '생존'에 대한 욕구가 강했던 것 같아요.
항상 교과 과정에 응급처치와 호신술이 들어가서, 학생들이 영어와 수학을 배우는 것처럼 생존술이나 자기방어법도 필수과목으로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또, 좀비를 무서워하면서 굳이 좀비물이나 디스토피아 세계관의 영화를 찾아보고 무서워하며 나름의 생존 전략 짜는 것을 즐기기도 해요.
작은 체구가 콤플렉스여서 그랬는지, 아니면 뭔가 불안한 게 있어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이유들 때문에 얻은 게 많아요.
주짓수도 시작했고, 응급처치도 공부해서 작년엔 대한적십자사 소속의 응급처치 강사가 되었어요. (코로나로 인해 현재는 활동하지 않지만요.)
한때는 응급구조사의 꿈을 (아주 잠깐) 꾸기도 했어요. 여전히 그런 것들에 대한 로망(?)이 있는데, 제가 응구사가 된다고 해도 저의 체구와 멘탈이 응구사로서 시민들에게 별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아서 그쪽은 일찌감치 포기했어요. 대신에 그냥 내가 가진 능력 중에 잘할 수 있는 걸 하자! 하는 생각에 응급처치 강사가 되기로 한 거죠.
사실 정확히 말하자면 강사가 된 것은 기본 과정을 들었다가 남들에게 더 정확하게 널리 널리 알려주고 싶어서 전문 과정과 강사 과정까지 이어 듣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어요.

 

그렇다면 앞으로 어떤 기자,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요? 구체적인 목표나 계획이 있나요?
지금 당장의 목표는 쉬운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데일리 리포트를 쓰면서 많은 기사를 보다 보니, 굳이 너무 어려운 용어를 무분별하게 사용한다는 점이 정말 아쉬웠거든요.
그렇게 2번 3번 읽어볼 필요 없이 초등학생 이상이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쉬운 글을 쓰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어요.
전공인 영어도 놓고 싶지 않아요. 사실 어문과를 나온 것 치고는 실력이 많이 부족한데(그래서 물어보거나 시키는 것을 매우 부담스러워해요),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공부해서 언젠가는 번역 쪽에서 일해보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제 인생의 최종 꿈은 동화 작가가 되어 누군가에게 선한 영향력을 주는 거예요.
저는 어릴 때부터 꿈을 정말 많이 꿨는데, 참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꿈 일기를 10년 넘게 꾸준히 써오고 있다는 거예요.
그렇게 쌓인 꿈 일기가 몇백 개는 족히 넘어요. 그 일기들을 토대로 동화를 써보고 싶어요.
너무나 방대한 분량이라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하지만, 잘 정리해서 작품으로 만들고 싶어요. 죽기 전에 반드시 이루고 싶은 제 최종 꿈이에요.
하지만, 꼭 대단한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제가 하는 말 한마디, 행동 하나로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된다면 감사할 것 같아요.
또, 인생에서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발전하고 소소한 행복을 즐기는 삶을 살고 싶어요!

그냥 일단은, 이 세상을 그냥 데굴데굴 굴러가 보기로 했어요.
항상 무언가를 이뤄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살아왔는데, 최근 몇 년 사이에 생각이 바뀌었어요.
무언가에 집착하지 않고 흘러가는 대로 살아보기로 한 거예요. 어지러운 세상 속 생각 많은 내가 나름대로 찾아낸 방법이랄까요?
한국잡지교육원도 그렇게 오게 되었어요.
"일단 킵 고잉(keep going)하자", "존버는 승리한다."라고 생각해요. 삶이 이끄는 대로, 다만 최선을 다한다면 몇 년 뒤 또 어디로 굴러가 있을지 저도 궁금해요.

 

 

(실전 인터뷰 실습 1.)│셀프 인터뷰 기사 작성하기
<한국잡지교육원_취재기자20기_주하은>